카테고리 없음

동양화의 여운이 남는 영화 - 방자전

연결고리 2010. 11. 19. 02:37

동양화의 여운이 남는 영화

방자전

 

 


처음에 방자전 이름을 보자마자 3류 영화라 생각했다. 분명 스토리는 하나도 없이 노출과 정사만 등장하는 영화일거라 생각했고, 모티프만 춘향전에서 따 온것이라고 여겼다. 대부분 그런 3류 패러디물은 꼭 비슷하지만 다른 제목을 쓰지 않던가? 본인은 3류 느낌이 풀풀 풍기는 것과 그저 보여줄 것이 없어서 여배우의 노출만 잔뜩 있는 영화는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그런 이유에서 방자전은 내 마음에 와 닿는 영화는 아니었다. 그러나 방자전을 보며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자, 지금부터 방자전의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방자전의 시대는 양반사회에 서양 문물이 들어와 신분 질서가 흐트러져가던 때이다. 비록 양반은 가문으로 인해서 가지는 절대적인 권력과 지배계층으로써의 특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상인 계층이 점점 커지면서 가문으로만 먹고 살던 양반 계층은 무너져가고 있고, 사실 그것이 중심은 아니지만 방자는 그러한 시대를 거친 사람으로 등장한다.

 


 방자전의 주인공 방자의 모습. 그러나 위풍당당한 모습이 느껴진다. 

 

본인은 늘 영화에서 '볼거리'가 아닌 '이야기'에 집중에서 평가한다. 아무리 화려한 장면으로 눈이 즐겁다 하더라도 스토리가 없다면 늘 돈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현대 물질만능주의, 상업성에만 의존하는 문화 컨텐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 여기까지 설명하면 방자전은 스토리에 있어서 만족스럽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을 알꺼라 생각한다.

 

방자전의 이야기는 '대화'로 시작하여 '대화'로 끝난다. 그리고 현대극들이 많이 추구하는 '전통의 파괴'가 일어난다. 포스트모더니즘에 들어가면서 문화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견해들을 뒤엎어버리고자 한다. 방자전도 그와 같다. 우리가 아는 춘향전은 방자가 춘향이를 위해서 해주는 선물인 셈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춘향이를 위한 아름다운 이야기로 바꿔주는 로맨스가 된 것이다.

 

사실 캐스팅의 컨셉 자체도 앞에서 설명한 시대적 설명과 '전통의 파괴'를 위해 사용되었다고 보는데, 춘향전의 백마탄 왕자라 할 수 있는 이몽룡은 류승범이 맡고, 더 다부진 몸매를 자랑하는 김주혁은 방자의 역할을 맡는다. 겉 이미지에서 보이는 것에서 방자는 바보의 이미지이나, 누구보다 남자다운 모습이고, 류승범은 권위있는 집안이요, 출세한 사람이지만 남자로써는 허세가 가득한 인물이다. 우리의 상상처럼 멋있지도 않고, 세상을 바꿀만한 사람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전통적인 이미지를 깨는 이몽룡

 

한 여자 '춘향이'를 놓고 두 남자는 경쟁을 벌인다. 이몽룡은 방자를 라이벌로 여기지 않지만 사실은 진거나 다름없다. 방자는 춘향이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이며, 그의 마음은 영화에서 잘 보여진다. 더욱 캐릭터가 다른 것은 조여정이 맡고 있는 '춘향이'이다. 춘향이는 정절을 지키는 순수한 여인이 아니라 신분 상승을 꿈꾸어 자신을 가꾸어온 기생일 뿐이다. 물론 자신에게 늘 진심인 방자를 사랑하지만 말이다.

 

우리가 아는 정보를 산산조각을 내는 것은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계산을 무너뜨리기에 엔트로피가 상승함과 동시에 관객에게는 재미를 선사한다. 방자전은 대화에서 시작한다고 했는데, 소설가로 등장하는 공형진이 방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써달라고 불러달라고 해서 만나는 장면부터 시작하는데, 마치 관객도 방자의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 하며 그 대화에 참여하게 된다. 최근 우리내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접근하는 방식은 우리나라의 예술이 발전 가능성을 보여다고 할 수 있겠다.

 

재미는 스토리에만 있지 않았다. 우리나라 예술의 전통적인 특징은 한폭의 그림의 산수화도 여백의 넉넉함과 아련한 여운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방자전은 영화 내내 몰아치는 느낌은 없다. 긴장스러운 이야기 속에서도 마치 다 지나간 일이니 더 긴장될 것 없다는 식의 덤덤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느낌이 지루함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여운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춘향의 아름다움이 자연과 어우러진다.

 

또한 장면 장면은 한폭의 동양화를 느끼게 해준다. 과하게 치장되어 인위적인 '미'가 아닌, 자연 그대로 마치 무위의 느낌으로 배우들이 자연과 어울린다. 그런 장면들은 사각의 스크린에 비춰져 관객에게는 부담 없이 즐기게 되는 영상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방자전은 사랑의 이야기이지만 쓸쓸함이 묻어난다. 마치 우리나라는 '한'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처럼 격정의 '한'은 아니나 이루지 못한 꿈, 이루지 못한 사랑의 한이 느껴지는 쓸쓸함이 영화 곳곳에 묻어난다. 서로 사랑하지만 이뤄지지 않는 사랑. 꿈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했을 때에 찾아오는 고난. 이 모든 것을 영화는 이야기하고 있다. 마치 영화 전반적인 스토리를 보면 한 여름의 모습보다는 왠지 모르게 가을의 느낌만이 남는 것이 그것을 의도한다고 본다. 가을은 아름답다. 형형 색색으로 산들이 물들고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계절이다. 그러나 바람은 사람의 마음을 파고들어 더욱 움추리게 만든다. 마치 주인공들이 얻고자 하는 열매를 얻을 수는 있지만 그들의 마음이 늘 따듯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처럼..

 

방자전의 묘미중 하나는 조연들에게 있다. 최근 개봉된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 초반 임무에 등장하는 작업남은 방자전에서 변사또로 등장했던 송새벽이다. 또한 그곳에서 작업을 받는 커피숍 여인은 방자전에서는 향단이로 등장한 류현경이다. 송새벽의 경우는 방자전에서 굉장한 이미지를 심겨주었는데, 여자만 생각해서 출세한 변사또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일에는 관심이 없지만 여자 문제에는 정말 민감한 사또. 송새벽의 특이한 말투와 연기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영화의 재미를 더해준 조연들

 

또 최근 롤러코스터 '루저전'에서 잠시 패러디도 했었던 연애의 달인 마 노인의 역할도 독특하다. 일평생 연애의 전설이었던 스승님에게 모든 기술을 전수 받은 마 노인은 사실 춘향이네 엄마인 기생과 연관이 있다. 그가 기술을 써서 월매와 그 동생 월래의 사이를 갈라놨었던 이야기도 살짝 비춰진다. 그리고 방자에게 춘향이를 포기하라고도 한다.

 

여운이 남았던 영화라 한번쯤 보라고 권유하려고 잘 설명하다 보니 포스팅이 길어져 버렸다. 그러나 눈에 볼거리로만 채우기 급급한 요즘 영화에 느낌있는 영화를 관람하고 싶다면 방자전을 보기를 추천한다.

 

 

 

내용이 유익하셨다면 추천을,

계속 글을 받아 보시려면 다음뷰 구독을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