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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쉽'의 연결고리/자기개발

잘 거절하는 법

 

거절하는 일은 참 쉽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서로의 관계를 금 가게 하거나 큰 실례를 범하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잃는 게 두려워서 거절하지 못했던 것이, 때로는 더 큰 손실을 부를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거절할 줄도 알아야 한다. 거절하는 방법에도 분명 요령이 있을 터. '잘' 거절하는 법을 알아보자.


거절은 잘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의 '잘'이 간단하지 못한 연유는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거절이니, 일단 거절을 해야 한다. 상대방의 요청을 내가 들어줄 수 없음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이 명백한 일을 하기 어려운 것은 두 번째 이유 때문이다. 바로 거절은 하되, 그 사람과의 관계에 손상이 가서는 안 된다. 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게 되거나, 혹은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대신 그 사람과의 관계가 깨진다.
상대방과의 관계가 걱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분명하게 거절하는 요령만 익히면 된다. 하지만 우리가 거절 때문에 걱정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거절을 하되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두 가지 목적을 다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을 때, 혹은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할 때 들어주기 곤란한 부탁을 부드럽게 거절하는 데는 몇 가지 요령이 있다.

 

 거절은 '잘해야' 한다.
상대방의 요청을 내가 들어줄 수 없음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사정을 자세히 듣는다

거절이라는 부담감에 짓눌려 상대방의 이야기를 다 듣기도 전에 “미안하다”고 잘라 버리면 실격이다. 그 사람이 부탁을 하는 사정과 구체적인 부탁 내용을 모두 자세히 들어야 한다. 친구가 돈을 빌려 달라고 부탁을 하면 먼저 무슨 사정인지를 묻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 사람이 얼마나 곤란한 처지에 있는지를 듣고 공감을 표하면, 그 사람을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리고 나서 부탁의 구체적 내용을 듣는다. 무엇이, 언제까지, 어떤 수준 혹은 정도로 필요한지 구체적인 내용을 듣는다.


타협한다

상대의 사정을 실컷 듣고 나서 단박에 거절하면 오히려 야박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자세한 사정을 듣기 전에 거절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원칙을 갖기도 한다. 혹은 상대의 가슴 아픈 급한 사정을 모두 들은 후에는 거절하기 힘들어서 부탁을 들어주고 다신 그러지 않으리라 결심하기도 한다.
물론 상대의 부탁을 100% 다 들어줄 필요는 없다. 우선 구체적인 부탁의 내용까지 자세히 들어 둔다. 만약 친구가 필요한 돈이 천만 원인데 내 사정이 허락하지 않으면 오십만 원만 빌려 줄 수도 있다. 상사가 내일까지 당장 서류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면, 물론 명령이 아니라 부탁일 경우에 일부만 작성해 줄 수 있다. 혹은 지금 하는 일을 미루는 대신 부탁을 들어줄 수도 있다.


시간을 가진다

타협할 수 없다면 당장 거절하는 것보다 시간을 가지고 거절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덜 주고, 거절 부담도 덜어 준다.
그러나 무조건 시간을 달라고 하면 이미 상대방은 거절의 뜻으로 생각하고 상처를 받기 쉽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한 구체적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스케줄을 확인해 보겠다든지, 현재 하고 있는 일의 마감을 정확하게 알아보겠다든지, 혹은 내 경제 사정을 다시 잘 알아보겠다…처럼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내 상황이나 능력이 되는지를 알아보겠다고 하는 것이 설득력 있는 이유가 될 수 있다.

  

타협할 수 없다면 당장 거절하는 것보다

 시간을 가지고 거절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덜 주고, 거절 부담도 덜어 준다.


여러 번 요청하게 만들지 않는다

시간을 벌고 나서 흔히 하는 실수가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꾸 확인하게 만드는 것이다. 확인하는 전화 자체가 일종의 반복적 요청이 되므로 점점 거절의 부담은 늘게 되고 상대방은 더 기대를 하게 된다. 시간을 벌 때는 언제까지 답을 주겠다는 기간을 분명히 정해 놓고 그 기간이 되기 전에 거절을 해야 한다.
이때 전화로 거절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만나서 거절하는 것은 거절의 부담을 너무 크게 만든다. 그래서 거절하러 나가서 밥이라도 사게 된다. 반대로 이메일로 거절하는 것은 너무 야속하다. 그래서 전화가 적당하다.


반드시 거절의 이유를 설명한다

왜 거절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이유가 핑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구체적이고 세부적이어야 한다. “지금 이 일이 급한데요!” 정도로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급한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오늘 중으로 마쳐야 하고, 이 작업이 우리 팀이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핵심이라서, 제가 일을 끝내야 다른 사람들이 관련된 일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급합니다”가 이유이다.
이유를 설명할 때 절대로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무책임해 보이고 핑계에 불과해 보인다.


반복해서 거절한다

이렇게 성의 있게 거절했는데도 끈질기게 부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때도 화를 내서 지금까지의 노력을 허사로 돌리면 안 된다.
다섯 가지 요령을 다 사용하고 난 다음에도 계속 부탁하는 사람에게는 그냥 반복적으로 거절한다.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저 죄송합니다. 안 되겠습니다. 오죽하면 제가 이러겠습니까' 만을 반복한다. 자칫 더 설명하다가는 말꼬리를 물려서 승낙해야 하는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 그냥 거절의 말만 되풀이한다.

 

 

 시간과 관심을 들여 거절을 했는데도

끈질기게 부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경우에도 화를 내서 '잘' 거절하느라 기울인 노력을

허사로 만들면 안 된다.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돈, 시간, 관심 이 세 가지가 들지 않으면 관계는 유지되지 않는다. 앞서 설명한 다섯 가지 요령이 바로 시간과 관심을 지불하고 거절이라는 대가를 얻는 방법이다. 그러니 제대로 부드럽게 거절하고 싶으면 투자를 해야 한다.

 

 


- 필자

박수애 / 연세대학교 인간행동연구소